글로벌 경기 침체에 자금 경색…산업계 잇단 투자 철회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자금 시장이 경색하면서 기업이 잇따라 투자를 유보하고 상장을 철회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업체인 SK온은 9일 “지난해 3월 이후 미국 포드사와 튀르키예 제조업체 코치와 (배터리를 생산하는) 조인트벤처 설립에 대해 협의해 왔으나 현재까지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협상 중단 여부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SK온은 포드·코치와 함께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워 2025년부터 연간 30∼45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3사의 투자 금액은 3조∼4조원으로 추정됐다. 업계에서는 투자를 철회하는 수순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로 글로벌 자금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다른 국내 배터리 업체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애리조나 단독 공장 투자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 등에 따라 당초 계획한 투자비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연 확장보단 내실을 다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삼성 등 다른 대기업 계열사도 자금 경색에 대비해 긴축 경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직원 대상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CES 2023’ 참석자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연초 4조5669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웠지만 시장 상황 등에 변동에 따라 목표만큼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투자비를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50% 감축할 방침이다. 포스코엠텍은 지난 연말 113억원 규모 통합포장라인 신설 철회했다. 현대오일뱅크는 3600억원 규모의 상압증류공정(CDU) 및 감압증류공정(VDU) 신규 투자를 중단했다. 한화솔루션은 1600억원 규모 질산유도품(DNT) 시설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중소·중견업종도 비슷하다. 중소기업의 대출 금리는 약 5%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쇄부도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때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이래CS는 만기도래한 전자어음 40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중견건설업체 동원건설산업도 어음 22억원을 막지 못해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이 바라본 2023 경제·경영전망’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12.6%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자금순환(잠정) 동향에 따르면 비금융법인의 자금운영과 자금조달 차액은 2022년 75조로 전년 대비 38조가 늘어났다. 보수적인 재정 운용의 결과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은 비용인상 요인을 생산성 제고로 상쇄하고 정부는 규제개혁, 법인세 인하, 세액공제 확대 등을 추진해 기업의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 출처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847960&code=61141111&sid1=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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